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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푸스 경험 기록 #14: 장염으로 시작해서 신장까지 - 루푸스 장기침범

by slejuju 2026. 5. 22.

속이 이상한 날들

대상포진 치료를 마치고 나서 나름 잘 관리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약도 챙겨 먹고, 무리하지 않으려고 신경 쓰고, 정기 검진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루푸스가 있어도 이 정도면 잘 사는 거다 싶었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잘 지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속이 좀 이상했습니다. 뭔가 냉한 느낌이랄까요. 속이 편치 않았습니다. 배가 싸르르한 느낌이 한 번씩 왔습니다. 배탈이 난 것 같았습니다. 화장실을 가면 배가 아픈 것에 비해 설사를 하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대변을 봐도 개운하지 않았습니다. 개운하지 않으니까 계속 화장실을 드나들게 됐습니다. 용변을 보지 않고 나오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소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방광염이 있을 때처럼 계속 화장실을 들락거렸습니다. 소변 색도 평소보다 조금 어두운 것 같았습니다. 근데 그때는 그게 신장 이상 신호라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장염 증상에 집중하다 보니 소변 쪽은 그냥 넘겼습니다. 그런 상태로 며칠을 지냈습니다.

 

장염이래요

며칠을 버티다가 동네 병원에 갔습니다.

증상을 말했더니 장염 같다고 했습니다. 약을 받아서 먹었습니다. 장염이면 약 먹으면 나아지겠지 했습니다.

하루가 지났는데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더 심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머리가 너무 아프고, 몸에 기운도 없고, 속도 계속 안 좋았습니다. 밤이 되면서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습니다.

응급실은 대기가 길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구토를 몇 번을 했는지 모릅니다. 속에 있는 게 다 올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온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간 느낌이었고, 얼굴도 창백해졌습니다. 검사를 하고 수액을 맞았습니다. 수액 덕분인지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검사 결과는 별 이상 없다고 했습니다. 집에 가도 된다고. 아침이 돼서 집에 왔습니다.

 

집에 가도 된다고 했어요

집에 와서 약을 먹으면서 하루를 보냈습니다.

조금 나아지나 싶었는데 증상이 다시 시작됐습니다. 그때까지도 이게 루푸스랑 연관이 있다는 생각을 못 했습니다. 안 겪어봤던 증상이었으니까요. 루푸스 활성기 때 오던 관절 증상이나 열 같은 게 아니었습니다. 그냥 장이 안 좋은 거겠거니 했습니다.

증상이 점점 심해지더니 복통이 생겼습니다. 배가 너무 아팠습니다.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남편한테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루푸스로 다니는 대학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병원 가는 동안 배가 점점 더 아파왔습니다.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배를 움켜쥐고 울었습니다. 그 시간도 새벽이었습니다. 응급실로 들어갔습니다. 그간 있었던 일들을 다 말했습니다. 혈액검사, X-ray, CT, MRI까지 여러 검사를 했습니다. 루푸스로 인한 증상 소견이 나왔습니다. 그날 오전에 주치의 교수님께 보고가 들어갔고, 교수님이 직접 응급실로 오셨습니다.

 

신장이 더 안 좋대요

장 쪽도 안 좋은데 신장 쪽이 더 안 좋다고 하셨습니다.

혈압도 높고, 단백뇨 수치(Proteinuria)가 많이 높다고. 입원을 해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멍했습니다. 루푸스 진단을 처음 받았을 때 장기에 침범하게 될 경우도 생길 수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때는 나한테는 생기지 않을 일 같았습니다. 한참을 아주 잘 지냈거든요. 아픈 사람인지 모를 정도로. 그만큼 루푸스를 잘 다스리고 있었고, 약으로 조절도 잘 되고 있었습니다.

예외는 없구나 싶었습니다.

신장은 망가지면 투석과 신장이식까지 하게 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습니다. 많이 심란했습니다. 입원을 했습니다. 많은 양의 스테로이드가 투약되고 나서야 통증이 없어졌습니다. 살 것 같았습니다.

입원 후 열흘 동안 물 한 모금도 못 마셨습니다. 금식이었습니다. 열흘 동안 영양분은 전부 주사로 대체됐습니다. 먹고 싶다는 생각보다 그냥 아무것도 못 한다는 게 힘들었습니다. 3주가량 입원해 있는 동안 병이 잘 잡혔습니다. 주의해야 할 것들이 잔뜩 생긴 채로 퇴원했습니다. 또 증상이 있으면 지체하지 말고 바로 오라는 당부와 함께.

 

퇴원하고 한 달도 안 됐는데

퇴원하고 나서도 마냥 좋지만은 않았습니다.

늘어난 스테로이드 때문에 또다시 문페이스가 됐습니다. 부기도 심해졌습니다. 몸이 나아지는 건지 달라지는 건지 모를 그 느낌. 그래도 퇴원했으니까 집에서 쉬면서 회복하면 되겠지 했습니다.

그때 시부모님께서 많이 걱정을 하셔서 3시간 거리 시댁에 내려갔습니다. 하루를 잘 보냈습니다. 괜찮았습니다. 잠든 지 두어 시간 만이었습니다. 배가 이상하게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좀 있으면 나아지겠지 했습니다. 근데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점점 더 아파왔습니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습니다. 아무래도 그때와 같은 증상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벽 두 시였습니다. 짐을 챙겼습니다. 부랴부랴 서울 대학병원 응급실로 올라갔습니다. 3시간 거리였습니다. 그 새벽에 그 길을 달렸습니다. 차 안에서 배를 움켜쥐고 버텼습니다.

루푸스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거였습니다. 단백뇨 수치가 다시 올랐습니다. 이번엔 발목과 발이 퉁퉁 부어올랐습니다. 손가락으로 누르면 쑥 들어가는 함요부종처럼 부어 있었습니다. 그 자국이 원래대로 돌아오는 데 한참이 걸렸습니다. 재입원을 했습니다.

이번엔 몇 주 전 기록이 있었습니다. 그때 쌓인 데이터 덕분에 대응이 빨랐습니다. 2주 만에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6개월 이상 약 조절이 이어졌습니다. 그 기간 동안 신염 수치가 조금씩 안정돼 갔습니다. 지금도 정기 혈액검사로 꾸준히 관찰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잘 유지되고 있습니다.

발목 부종 상태를 표현한 이미지
발목과 발이 붓기 시작했던 당시를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입니다

 

루푸스 장기침범 당시 상황

진행 단계 증상 및 주요 상황
시작 증상 속 불편함, 잦은 화장실, 소변 색 변화
첫 진단 동네 병원 장염 진단, 약 처방
첫 응급실 구토, 탈진, 검사 후 이상 없다며 귀가
재악화 복통 심해지면서 루푸스 대학병원 응급실 방문
최종 진단 루푸스 장염 + 신염, 장기침범
1차 입원 고용량 스테로이드, 열흘 금식, 3주 입원
재입원 퇴원 한 달 이내, 단백뇨 재상승, 발목 부종, 2주 입원
퇴원 후 6개월 이상 약 조절, 신염 수치 서서히 안정

 

자주 묻는 질문

Q. 루푸스가 장과 신장에도 영향을 미치나요?
그렇습니다. 루푸스는 전신 자가면역질환이라 여러 장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저는 루푸스 장염으로 시작해서 신염까지 이어졌습니다. 루푸스가 신장을 침범하는 경우를 루푸스 신염(Lupus Nephritis)이라고 하는데, 단백뇨 수치와 혈압이 주요 지표라고 합니다.

Q. 루푸스 장기침범은 어떻게 알 수 있나요?
저는 처음엔 일반 장염 증상이랑 구분이 안 됐습니다. 다만 루푸스가 있는 상태에서 평소와 다른 증상이 며칠 이상 지속된다면 루푸스로 다니는 병원에 바로 연락하는 게 맞습니다. 저처럼 일반 병원에서 이상 없다는 결과를 받아도 루푸스 전문의가 보면 다를 수 있습니다.

Q. 루푸스 신염은 완치가 되나요?
완치보다는 관리의 개념입니다. 저는 치료 후 수치가 안정됐지만, 지금도 정기적으로 혈액검사를 하면서 관찰하고 있습니다. 신염이 재발할 수 있어서 꾸준한 모니터링이 중요하다고 들었습니다.

Q. 부종이 생기면 루푸스 신염을 의심해야 하나요?
부종 자체가 신염의 직접적인 신호는 아닐 수 있습니다. 다만 루푸스가 있는 상태에서 발목이나 발이 심하게 붓고 그 상태가 지속된다면, 단순 부종으로 넘기지 말고 루푸스 담당 의사에게 확인하는 게 좋습니다. 저는 그 부종이 신염 재발의 신호였습니다.

 

마무리

조심했습니다. 관리했습니다. 근데 왔습니다.

루푸스 진단을 처음 받았을 때 장기침범이 생길 수도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한테는 해당 없는 얘기 같았습니다. 근데 예외는 없었습니다. 장염으로 시작해서 신염까지, 퇴원하고 한 달도 안 돼서 재입원까지. 루푸스는 내 맘처럼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그때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지금은 신장 수치를 보면서 주의하며 지냅니다. 숫자 하나가 달라지면 긴장이 됩니다. 그게 루푸스 신염을 겪고 난 후 생긴 새로운 일상입니다. 다음 기록에서는 또 다른 방식으로 찾아온 합병증에 대해 씁니다.

 

※ 이 글은 루푸스를 진단받은 환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의학적 조언이나 진단을 대체하지 않으며, 건강 관련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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