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부터 텃밭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재작년 봄이었습니다.
저는 화초랑 텃밭 가꾸는 걸 좋아합니다. 그날도 새벽부터 작물들을 돌보고 있었습니다. 서있다가 쪼그려 앉고, 또 일어서고를 반복하던 중이었습니다. 사타구니 쪽에 통증이 왔습니다. 오래 한 자세로 있어서 그런가 보다 했습니다. 걸음을 걸으니까 통증이 없어졌습니다. 그냥 넘겼습니다.
다음 날도 텃밭을 돌봤습니다. 걷는데 전날과 다른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전날은 오래 한 자세로 있어서 관절이 뻐근한 느낌이었다면, 이번엔 골반과 다리 사이 어딘가가 찌릿하게 아팠습니다. 나중에 알게 된 신체 명칭으로는 대퇴골두 근처였습니다.
그런 상태가 일주일쯤 됐을 때였습니다. 집 계단을 오르는데 오른쪽 대퇴골두 쪽이 발을 딛고 오를 때마다 쿡쿡거리면서 너무 아팠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기분 나쁜 느낌이었습니다.

루푸스 관절염이려니 했습니다
아프니까 루푸스 관절염이려니 했습니다.
루푸스가 있으면 관절이 아픈 게 낯선 일이 아니었으니까요. 병원에서 관절 아플 때 먹으라고 처방해 준 약을 먹었습니다. 관절용 파스도 붙여가며 통증을 줄이려고 했습니다. 버티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아서 루푸스 정기 진료일까지 기다렸습니다.
루푸스를 오래 앓다 보면 생기는 습관이 있습니다. 이 정도 통증은 병원 갈 정도가 아니다, 정기 진료 때 말하면 된다는 생각. 그게 이번엔 틀렸습니다.
정기 진료일에 주치의 선생님께 증상을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은 이미 뭔가를 예상하신 것 같았습니다. 바로 관절의학과 협진을 넣어주셨습니다. CT를 찍었습니다. 대퇴골두가 아주 약간 거칠어 보이긴 하는데 운동하고 재활을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때는 몰랐습니다. 이게 시작이었다는 걸.
아픈데 무슨 운동을
운동을 하라는 말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지금 내가 느끼는 이 통증이 운동이 가능한 통증인 건가 싶었습니다. 근데 안 움직이면 더 아플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걷는 운동을 했습니다. 괜찮은 건지 안 괜찮은 건지도 모르고, 그냥 나아지려니 하고 걸었습니다.
걷고 나서 잠깐 쉬면 또다시 통증이 올라왔습니다. 관절의학과는 3개월에 한 번씩 진료를 봤습니다. 6개월쯤 됐을 때 왼쪽에도 통증이 생겼습니다. 이번엔 MRI를 찍어보자고 하셨습니다.
결과를 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내가 느낀 통증은 거짓이 아니었습니다.
뼈의 골두라는 부분이 매우 거칠게 보였고, 골두와 맞닿은 뼈가 너무 가까워서 통증이 없을 수가 없는 상태였습니다. 오른쪽이 더 심했고, 왼쪽도 진행 중이었습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AVN, Avascular Necrosis)였습니다.
스테로이드를 오래 먹으면 생길 수 있다는 말
루푸스 치료를 받으면서 스테로이드를 오래 복용하면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생길 수 있다는 말을 예전부터 들었습니다.
들을 때마다 나한테는 생기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루푸스 진단받을 때도, 신염 겪을 때도 그랬습니다. 장기침범도 나한테는 생기지 않을 줄 알았는데 왔었으니까, 이번엔 달랐어야 했는데. 그래도 막상 진단을 받으니 막막했습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는 뼈로 가는 혈액 공급이 차단되면서 뼈 조직이 괴사 하는 질환입니다.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하는 루푸스 환자에게 나타날 수 있는 합병증 중 하나입니다. 관절의학과에서는 수술은 최후의 수단이 되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아파도 내 뼈가 좋지 않겠냐고. 그래서 당장 수술을 결정하지는 않았습니다. 아팠지만 걷기 운동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다리를 절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갈수록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다리를 절기 시작했습니다. 걷다가 멈추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가만히 누워있어도 편하지 않았고, 허리에도 통증이 생겼습니다. 류마티스내과 주치의 선생님께 그간 있었던 이야기를 다 드렸습니다. MRI 영상을 보시더니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진행 중인 것 같다고, 수술을 해야 할 수도 있겠다고 하시며 정형외과 진료를 보자고 하셨습니다.
정형외과 교수님이 영상을 보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많이 아팠겠는데.
그 말에 왈칵 눈물이 났습니다. 내가 이렇게 아픈 걸 누가 알 수 있으려나 했었거든요. 설명도 못 하겠고, 많이 힘들었었나 봅니다. 그래서 울었던 것 같습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진행 기록
| 항목 | 증상 및 주요 상황 |
| 시작 시기 | 제작년 봄, 텃밭 일하던 중 사타구니 통증 |
| 초기 판단 | 루푸스 관절염으로 생각, 처방약과 파스로 버팀 |
| 첫 검사 | CT 후 운동·재활 권유 |
| 진행 | 6개월 후 왼쪽도 통증 시작, MRI 촬영 |
| 진단 |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AVN), 양쪽 진행 중 |
| 원인 |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으로 인한 합병증 |
| 당시 상태 | 보행 불편, 다리 절기 시작 |
자주 묻는 질문
Q.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가 루푸스 합병증으로 오나요?
루푸스 자체보다는 루푸스 치료에 사용되는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이 주요 원인 중 하나입니다. 스테로이드가 뼈로 가는 혈액 공급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합니다. 저는 루푸스 진단 이후 오랜 기간 스테로이드를 복용해 왔고, 그게 쌓여서 온 것 같습니다.
Q. 처음엔 어떤 증상으로 나타나나요?
저는 처음에 사타구니와 대퇴골 쪽 찌릿한 통증이었습니다. 걸으면 잠깐 나아지는 것 같아서 초반엔 그냥 넘겼습니다. 오래 한 자세로 있다가 움직일 때 통증이 심하고, 걷다가 갑자기 멈추게 되는 느낌이 생기면 단순 관절통과 다를 수 있습니다.
Q. 루푸스 환자는 정기적으로 뼈 검사를 받아야 하나요?
스테로이드를 장기 복용하는 경우 뼈 건강을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정기 검진 과정에서 이상 소견을 확인하게 됐습니다.
마무리
많이 아팠겠는데, 라는 말 한마디에 울었습니다.
그동안 설명하기 어려운 통증을 혼자 버텨왔던 것들이 한꺼번에 올라온 것 같았습니다. 아프다는 말을 하면 티가 난다는 걸 알아서 참아왔는데, 누군가 먼저 알아봐 줬을 때 그게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습니다.
수술을 할지 말지 결정을 앞두고 있었습니다. 내 뼈를 잘라내고 인공관절을 넣는다는 것, 즉 인공관절 치환술이 무섭고 슬펐습니다. 그 고민과 결정, 그리고 수술 이후의 이야기는 다음 기록에서 이어 적어보겠습니다.
※ 이 글은 루푸스를 진단받은 환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의학적 조언이나 진단을 대체하지 않으며, 건강 관련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