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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푸스 경험 기록 #17: 암이었습니다 - 갑상선암 진단

by slejuju 2026. 5. 28.

목욕을 하다가 발견했습니다

28살이었습니다. 결혼 전이었습니다.

어느 날 목욕을 하는데 가슴 한쪽에 뭔가 만져졌습니다. 양쪽이 아닌 한쪽에서만 느껴지는 게 좀 신경 쓰였습니다. 그래도 아프지 않아서 바로 병원에 가지는 않았습니다. 목욕할 때마다 한 번씩 체크만 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 날 보니 좀 더 커진 것 같았습니다.

회사 근처 산부인과에 갔습니다. 초음파를 보자고 해서 봤는데, 가슴만 보지 않고 목까지 보더라고요. 가슴에 작은 혹들이 많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이 이어졌습니다. 갑상선에 뭔가 보인다며, 빨리 조직검사를 해봐야 한다고.

가슴 혹 때문에 갔는데 더 심각한 건 갑상선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덜컥 겁이 났습니다.

 

혼자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루푸스로 다니던 병원 주치의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의뢰서를 받아서 갑상선 권위자 선생님께 갔습니다. 초음파 사진을 보시더니 조직검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모양이 별로 좋지 않다면서.

불길했습니다.

결혼 전이었고, 부모님께 말하면 걱정하실 것 같아서 혼자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만약에 암이면 어쩌지라는 생각과 조직검사 결과를 혼자 확인하러 가기가 무서웠습니다.

엄마가 눈치를 채셨습니다. 꼬치꼬치 물으셨습니다. 다 말했습니다. 많이 놀라셨을 텐데 괜찮을 거라고 하시며 달래주셨습니다. 실은 엄마도 뜬눈으로 밤을 새신 걸 알고 있습니다.

 

암이었습니다

다음 날 엄마랑 병원에 가서 결과를 들었습니다.

암이었습니다.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왜 내가 암인 거지라는 생각만 연신 들기 시작했습니다. 수술 날짜를 잡고 병원을 나와서 엄마랑 부둥켜안고 엄청 울었습니다. 억울했습니다. 많이 슬펐습니다.

근데 저는 무슨 일이 생기면 당장보다 다음을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을 먼저 하는 성격입니다. 오래 슬퍼하지 않았습니다. 수술이면 일은 어떻게 해야 하고, 회사에 병가를 얼마나 내야 하고. 그런 생각만 했습니다.

수술받으면 되지 뭐. 관리 잘하면 되지 뭐.

그때는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3mm였습니다

3mm 크기의 암이었습니다.

다행히 림프절 전이도 없이 깨끗했습니다. 왼쪽 갑상선만 반절제가 가능했습니다. 방사선 치료도 필요 없었습니다. 약물로만 치료를 받았습니다. 수술도 치료도 잘 받았고, 이미 5년이 훨씬 지났기 때문에 완치로 보고 있습니다. 지금도 씬지로이드를 복용하고 있습니다. 갑상선을 반절제한 후에 특별히 피곤함을 더 느끼거나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도 그렇습니다.

정기 진료와 검사는 주기적으로 계속 받고 있습니다. 재발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픔이 있었지만, 결국 잘 지나갔습니다.

 

근데 남은 게 있었습니다

목 수술 흉터를 손으로 가리며 의식하는 모습
목의 흉터가 가장 오래 남았습니다

 

암이 생긴 것도 힘들었습니다.

근데 솔직히 말하면, 그것보다 더 오래 저를 힘들게 한 건 목에 생긴 수술 흉터였습니다. 5센티 정도의 흉터가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있습니다.

요즘은 갑상선 수술을 목이 아닌 다른 부위에서 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수술했던 때는 아직 그런 기술이 없었습니다. 매끈했던 목에 흉터가 생기니까 사람들 시선이 따갑게 느껴졌습니다. 목에 상처가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말하고 싶지 않을 때도 설명을 해야 하는 순간이 생겼습니다.

예쁜 옷을 입어도 목이 신경 쓰였습니다. 한여름 더운 날에도 목을 가리는 옷을 입거나 스카프를 했습니다. 속상했습니다. 나이가 들었지만 그 스트레스는 여전합니다.

루푸스로 아프고, 대상포진 겪고, 신염 겪고. 그 모든 것보다 목에 남은 흉터 하나가 제 일상에서 가장 오래 따라다닌 상처였습니다.

 

갑상선암 진단 기록

항목 내용
발견 계기 목욕 중 가슴 혹 발견, 산부인과 초음파에서 갑상선 이상 소견
진단 시기 28살, 결혼 전
암 크기 3mm
림프절 전이 없음
수술 왼쪽 갑상선 반절제
치료 방사선 치료 없음, 약물 치료 (씬지로이드)
현재 5년 이상 경과, 완치 판정, 정기 검진 중
후유증 목 수술 흉터 5cm, 일상에서 지속적인 스트레스

 

마무리

수술받으면 되지 뭐. 관리 잘하면 되지 뭐.

그 생각으로 넘겼습니다. 실제로 잘 넘겼습니다. 재발도 없이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습니다.

근데 목의 흉터는 넘겨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매일 거울을 볼 때마다, 옷을 고를 때마다, 누군가 물어볼 때마다. 그게 지금도 계속됩니다.

병은 치료할 수 있었는데, 흉터는 그냥 안고 살아가는 것이었습니다.

 

※ 이 글은 루푸스를 진단받은 환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의학적 조언이나 진단을 대체하지 않으며, 건강 관련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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