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다이어트를 시작할 때마다 "이번엔 정말 의지를 가지고 해야지"라고 스스로를 다그치지는 않으셨나요? 사실 저도 그랬습니다. 루푸스와 갑상선 질환을 겪으며 체중이 10kg씩 오르내리는 걸 반복할 때마다, 제 의지가 부족한 탓이라 생각하며 자책하곤 했거든요. 하지만 존스홉킨스 내분비내과 김한나 전문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비만은 단순한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뇌와 호르몬이 만들어내는 생리적인 방어 시스템과의 힘겨운 싸움이라는 것을요. 우리가 단순히 오래 사는 '기대 수명'과 아프지 않고 지내는 건강 수명(질병이나 장애 없이 건강하게 살 것으로 기대되는 기간) 사이에 무려 12년이라는 차이가 있다는 통계는, 체중 관리가 단순히 겉모습을 가꾸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삶의 질을 지켜내는 소중한 치료임을 조용히 일깨워줍니다.

왜 살이 찌는 걸까요? 뇌와 호르몬의 신호 체계
"배고플 때 먹고 배부르면 멈추면 되는 거 아닌가요?"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몸은 생각보다 훨씬 더 섬세한 시스템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우리 몸 안에는 두 가지 먹는 시스템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먼저 '생존을 위한 시스템'이 있는데요. 위에서 나오는 그렐린(배고픔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은 "배고파요"라고 신호를 보내고, 지방 세포에서 분비되는 렙틴(배부름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은 "에너지가 충분해요"라고 알립니다. 췌장의 인슐린은 연료의 존재를 알리고, 장의 호르몬들은 "이제 그만 드셔도 돼요"라고 우리 몸에 말을 건네죠.
문제는 비만 상태가 길어지면 이 다정한 신호들이 잘 들리지 않게 된다는 점이에요. 몸에 에너지가 충분해도 뇌가 그 신호를 무시해 버리는 렙틴 저항성(포만감 신호를 뇌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이 생기면서, 몸은 계속 굶고 있다고 착각하게 됩니다. 제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유독 매운 음식을 찾았던 것도, 실은 제 마음이 허해서라기보다 몸의 신호가 엇갈렸기 때문이었어요. 배가 고프지 않아도 기분이 좋아지는 물질인 도파민(즐거움과 보상을 느끼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을 찾아 음식을 찾게 되는 '즐거움을 위한 시스템'이 너무 강해진 탓이었죠.
특히 체중을 줄이려 노력할 때 우리 몸은 "위험해, 에너지를 아껴야 해!"라고 판단해서 기초 대사량을 확 낮춰버리는 적응성 열생성(체중 감소를 위험으로 인식해 에너지 소비를 줄이는 신체 반응)에 들어갑니다. 이런 요요 현상이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몸의 자연스러운 생리 반응이라는 걸 알고 나니, 이제야 저 자신을 조금 더 다정하게 안아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을 먹느냐가 체중을 결정합니다
"똑같은 칼로리인데 뭐가 다르겠어?"라고 가볍게 넘길 수도 있지만, 음식의 종류는 우리 몸에 전혀 다른 파동을 일으킵니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칼로리와 영양소를 똑같이 맞춰도 소시지나 라면 같은 초가공식품(식품 추출물과 합성 첨가물로 만든 공장형 식품)을 먹은 분들은 하루에 무려 500칼로리를 더 섭취하게 되고 체중도 금방 늘었다고 해요. 반대로 자연 그대로의 음식을 드신 분들은 오히려 체중이 줄어드는 결과가 나타났죠. 같은 조건에서도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우리 몸의 반응은 이렇게나 다릅니다.
이런 가공식품들은 설탕과 지방, 소금의 비율을 교묘하게 맞춰서 우리 뇌의 보상 회로를 너무 강하게 자극하곤 합니다. 제대로 씹기도 전에 흡수되어 버리니, 뇌가 배부르다는 신호를 받기도 전에 이미 과한 에너지를 채우게 되는 거죠. 게다가 식이섬유가 없는 흰 밀가루나 흰쌀 같은 정제 탄수화물(도정 과정을 통해 영양소가 제거된 탄수화물)은 혈당을 요동치게 만들어 '가짜 허기'를 불러옵니다.
저도 밤늦게 라면이나 빵을 먹고 돌아서면 또 무언가 당겼던 경험이 있는데, 그게 다 이유가 있었던 거예요. 대신 현미, 귀리, 콩, 그리고 신선한 채소와 과일처럼 자연의 결이 살아있는 탄수화물을 챙겨보시면 어떨까요? 이런 음식들은 소화 속도를 늦춰주고 우리 몸의 인슐린 감수성(인슐린에 대해 몸이 적절히 반응하는 정도)을 높여 온화하게 다독여준답니다. 잠을 충분히 자고 생체 리듬을 지키는 것도 잊지 마세요. 잠이 부족하면 배고픔은 커지고 포만감은 줄어들어, 똑같이 먹어도 살이 더 잘 찌는 몸이 될 수 있으니까요.
약물 치료, 언제 어떻게 시작해야 할까요?
"약을 먹는 게 조금 부끄럽거나 의지가 약해 보이지 않을까요?"라고 걱정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예요. 하지만 비만이 만성 질환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시각이 조금 달라집니다. 고혈압이나 당뇨 환자분이 약을 드시는 게 의지의 문제가 아니듯, 비만 또한 어긋난 호르몬 신호를 다시 조율해 주는 치료가 필요한 상태인 거죠. 요즘 알려진 GLP-1 계열 치료제(포만감을 높이고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 유사 약물)들은 뇌에 작용해서 배고픔 신호는 줄여주고 포만감은 든든하게 채워줌으로써, 음식에 대한 과도한 집착을 조금 더 편안하게 내려놓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물론 약물에만 기대기보다는 식습관을 다듬고 적절한 운동을 병행하며, 나를 돌보는 '행동 치료'가 함께 가야 합니다. 체중 감량의 목표도 단순히 '보기 좋은 몸'에 두기보다 '내가 다시 건강해지는 정도'로 잡아보시면 어떨까요? 우리 체중의 5~10%만 줄여도 혈압과 혈당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지방간도 개선되기 시작합니다.
심하면 당뇨병 관해(약 없이도 혈당이 정상 범위로 유지되는 상태)라는 놀라운 결과도 기대할 수 있죠. 속도도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일주일에 체중의 0.5~1% 정도씩 천천히 줄여가는 것이 우리 몸의 에너지를 지키고 요요를 막는 가장 다정한 방법입니다. 비만 치료는 단기적인 이벤트가 아니라 나를 오랫동안 돌보는 과정이라는 점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약을 쓰든 쓰지 않든, 우리 몸은 언제나 예전으로 돌아가려 노력하기에 꾸준한 정성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자책을 멈추고 내 몸을 다독이는 시간
비만을 의지의 문제가 아닌 생물학적 신호의 문제로 바라보니, 이제야 저 자신을 덜 탓하며 다독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 폭식을 했던 것도, 식욕을 참기 힘들었던 것도 제가 나약해서가 아니라 제 몸이 보내는 서글픈 구조 신호였던 겁니다. 이제는 무작정 굶으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대신, 제 몸의 호르몬 신호를 다시 따뜻하게 돌려놓는 방향으로 나아가려 합니다. 우리가 기대 수명을 넘어 '건강하게 숨 쉬는 수명'을 늘리는 길은, 결국 지금 이 순간 내가 나를 위해 하는 작은 선택들에 담겨 있으니까요.
"함께 읽으면 좋은 이곳의 기록들"
[[혈당 스파이크의 진실] 정상인 혈당, 단짠 음식, 연속혈당측정]
이번 글에서 강조한 정제 탄수화물이 왜 혈당을 요동치게 만드는지, 그리고 '가짜 허기'를 잡기 위해 실시간 혈당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담았습니다.
[[영양제 복용법 분석] 섭취시간, 적정용량, 보관법]
건강한 체중 감량을 위해 부족한 영양소를 채울 때, 어떤 시간에 먹어야 내 몸에 가장 효과적으로 흡수되어 대사를 돕는지 실질적인 가이드를 제공합니다.
[[걱정이 진짜 병을 만드는 역설] 질병불안장애, 코르티솔, 자생력]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어떻게 내장 지방을 쌓이게 하는지 이해하고, 마음의 평온을 되찾아 우리 몸의 자생력을 높이는 비만 치료의 지혜를 알려줍니다.
[출처 및 안내]
- 영상 제목: [시사이슈] 건강을 위한 첫걸음: 효과적인 비만 치료 전략 / 존스홉킨스 내분비내과 김한나
- 채널명: 의학채널 비온뒤
- 참고 링크: https://youtu.be/ekyLm15Fet4
- 안내: 본 포스팅은 전문의의 분석 자료에 작성자의 주관적인 비평과 통찰을 더해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인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