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자가면역 질환이라는 파도 위에서 내 몸의 미세한 변화를 관찰하며 살아온 저에게, 서울대병원 조영민 교수가 던진 "정상인은 혈당 스파이크가 생기지 않는다"는 한마디는 해방감과 동시에 무거운 경고로 다가왔습니다. SNS에 떠도는 파편화된 수치들에 의존하여 정작 내 몸이 보내는 근본적인 SOS 신호를 놓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혈당 스파이크를 단순한 현상이 아닌 '결과'로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통해, 진정한 건강 관리의 방향을 재설정해 보고자 합니다.

정상인은 혈당 스파이크가 없다: 수치에 대한 오해와 진실
최근 SNS와 각종 건강 매체를 통해 '혈당 스파이크'라는 용어가 공포의 대상처럼 번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이 우려 뒤에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의학적 진실이 숨어 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는 "건강한 신체를 가진 정상인은 극적인 혈당 스파이크를 거의 경험하지 않는다"라고 단언합니다. 우리 몸의 인슐린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한다면, 식후에도 혈당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우리 몸이 설계한 정교한 통제 범위 안에서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스페인의 장기 관찰 연구에 따르면, 당뇨병이 없는 건강한 사람들은 하루 중 무려 96.4%의 시간을 혈당 140mg/dL 이하의 안정된 상태에서 유지했습니다. 이는 정상적인 혈당 조절 능력이 있다면 식사 후에도 우리 몸이 충분히 회복 탄력성을 발휘한다는 과학적 증거입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통계적 현실입니다. 30세 이상 성인 중 절반 이상이 이미 당뇨병이거나 그전 단계인 내당능 장애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즉, 주변에서 혈당 스파이크를 호소하는 분들이 많은 이유는 그분들의 몸이 이미 인슐린 저항성 등으로 인해 SOS 신호를 보내고 있기 때문이지, 모든 사람에게 나타나는 보편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조영민 교수가 제시하는 진정한 의미의 혈당 스파이크 기준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공복 대비 식후 수치가 50mg/dL 이상 급등할 것. 둘째, 절댓값이 140mg/dL을 넘길 것. 단순히 20~30mg/dL 정도 오르내리는 수치는 우리 몸의 자연스러운 대사 과정일 뿐입니다. 20년 차 환우로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수치 하나에 과하게 반응하며 즉각적인 운동이나 극단적 식단 제한에 돌입하는 '수치에 얽매인 상태'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런 강박은 오히려 코르티솔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을 자극해 혈당을 더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내 몸의 인슐린 시스템이 왜 지쳐버렸는지 그 근본적인 '기초 공사'의 부실함을 직면하고, 수치 너머의 내 몸 상태를 살피는 일입니다.
단짠 음식의 비밀: SGLT1과 우리 몸의 본능적 선택
우리가 '단짠(달고 짠)' 음식에 자꾸 손이 가는 것은 단순히 의지력이 부족하거나 식탐이 많아서가 아닙니다. 조영민 교수는 이를 생리학적 메커니즘인 SGLT1(Sodium-Glucose Co-Transporter 1) 통로로 설명합니다. 우리 장에는 나트륨(소금)과 포도당(설탕)이 동시에 존재할 때 흡수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지는 정교한 수송 체계가 존재합니다. 진화의 역사 속에서 생존에 필수적이었던 염분과 에너지를 한 톨이라도 더 빠르게 흡수하려는 우리 몸의 본능적인 생존 설계인 셈입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구 수분 보충액(ORS)이 설사와 탈수로 죽어가는 아이들을 살릴 수 있었던 비결도 바로 이 나트륨과 포도당의 동시 흡수 원리를 이용해 체내 흡수율을 극대화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효율적인 시스템이 현대의 '과잉 공급' 환경과 만났을 때 대사 질환의 시작점이 됩니다. 우리가 즐겨 먹는 김밥, 제육덮밥, 자장면 등은 이 단짠의 조화가 극대화된 메뉴들입니다. 파스타 앱의 데이터에 따르면 김밥 한 줄이 혈당을 평균 66mg/dL이나 끌어올려 스파이크 순위 1위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매우 상징적입니다. 특히 소금이 흡수될 때는 삼투 현상에 의해 물을 함께 끌어들이기 때문에, 늦은 밤 단짠 음식 섭취는 다음 날의 부종과 함께 혈압 상승, 콩팥에 가해지는 부담까지 동반하게 됩니다. 환우의 시각에서 볼 때, 이러한 본능적 기전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내 입맛을 탓하며 자책하기보다는, 내 몸의 '나트륨-포도당 통로'가 현대 사회의 자극적인 외식 환경 속에서 과부하가 걸리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조절하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무조건적인 금지보다는 첨가당 섭취를 하루 50g 이내로 줄이고, 소금의 양을 덜어내려는 작은 노력이 내 혈관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방어선이 됩니다.
장내 미생물과 총천연색 식단: 혈당 관리의 숨은 열쇠
혈당 관리의 패러다임이 이제는 '무엇을 먹지 말 것인가'에서 '어떻게 내 몸의 생태계를 가꿀 것인가'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최근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발표된 연구는 매우 혁신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방대한 생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장내 미생물의 다양성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혈당 스파이크가 현저히 적게 나타난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는 혈당 조절이 단순히 췌장과 인슐린의 문제를 넘어, 우리 장속에 상주하는 수조 마리의 미생물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조영민 교수가 권장하는 '총천연색 식단'은 바로 이 미생물들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최고의 생물학적 전략입니다. 보라색 양배추, 주황색 당근, 초록색 브로콜리 등 채소들이 가진 각기 다른 파이토케미컬과 식이섬유는 미생물들에게는 훌륭한 먹이인 '프리바이오틱스'가 됩니다. 또한 식사 순서를 바꾸어 식이섬유와 단백질을 먼저 섭취하면 장내에 일종의 '천연 그물망'이 형성됩니다. 이 그물망은 탄수화물이 혈관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속도를 늦춰주는 든든한 완충 지대 역할을 합니다. 20년 동안 자가면역 질환을 겪으며 제가 깨달은 진리는, 우리 몸은 결코 단편적인 처방으로 고쳐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수면 부족이나 만성 스트레스는 장내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인슐린 기능을 저하시키는 보이지 않는 주범입니다. 궁극적으로 볼 때, 단순히 혈당 수치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오늘 내 식탁 위에 올린 총천연색 채소 한 잎이 내 장 속 미생물을 활성화하고, 그것이 결국 내일의 혈당 곡선을 평화롭게 만든다는 '연결의 힘'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수치를 관리하는 기계가 아니라, 생명의 리듬을 조율하고 가꾸는 능동적인 면역 관리자가 되어야 합니다.
수치 너머의 내 몸을 사랑하는 방법
혈당 스파이크는 원인이 아니라 결과입니다. 조영민 교수의 통찰은 우리에게 수치에 대한 강박에서 벗어나 근본적인 생활 습관을 돌아보라고 말합니다. 정상인은 혈당 스파이크가 생기지 않는다는 사실은, 반복적인 스파이크가 나타난다면 이미 내 몸의 혈당 조절 능력에 어려움이 있다는 경고입니다.
단짠 음식의 유혹을 이해하고 조절하며, 장내 미생물에게 총천연색 먹이를 제공하는 것—이것이 바로 능동적인 면역 관리자로서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입니다. SNS의 파편화된 정보에 흔들리지 말고, 내 몸이 보내는 신호를 정확히 읽어내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출처 및 안내]
- 영상 제목: 당신이 알던 혈당 스파이크는 틀렸습니다 (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조영민 교수)
- 채널명: 언더스탠딩:세상의 모든 지식
- 안내: 본 포스팅은 전문의의 분석 자료에 작성자의 주관적인 비평과 통찰을 더해 재구성한 콘텐츠입니다.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구체적인 진단과 치료는 반드시 전문 의료진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