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엔 그냥 다리가 찌릿했습니다
결혼을 하고 새 직장에 들어간 지 얼마 안 됐을 때였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신경 쓸 일이 많았습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했고, 잘 보여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습니다. 루푸스가 있다는 걸 직장에서 티 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아프다는 말을 하면 어떻게 볼지 알고 있었으니까요. 베이커리에서 일하던 시절부터 배운 거였습니다. 아프다고 말하면 어디서든 티가 납니다. 그래서 더 무리했던 것 같습니다.
어느 날부터 다리가 찌릿했습니다. 오래 서서 일하니까 근육이나 뼈가 아픈 거겠지 했습니다. 파스를 사서 붙였습니다. 매일 붙이고 다녔습니다. 찌릿한 느낌이 좀 나아지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했습니다. 루푸스 환자가 이 정도 통증에 병원을 가면 매일 가야 한다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며칠 뒤엔 파스 붙인 자리가 이상해졌습니다
파스를 붙이고 며칠이 지났습니다.
파스를 뗐는데 그 자리가 빨갛게 변해있었습니다. 처음엔 파스 알레르기인가 했습니다. 파스를 바꿔서 붙였습니다. 근데 빨간 자리에 뭔가 볼록하게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물집 같은 게 생겼습니다. 허벅지 바깥쪽이었습니다.
그때도 뭔지 몰랐습니다. 파스 때문에 피부가 트러블이 난 건가 했습니다. 연고를 사서 발랐습니다. 근데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번졌습니다.
그다음엔 무릎 뒤까지 내려왔습니다
허벅지에 있던 게 무릎 뒤쪽까지 내려왔습니다.
그제야 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스 알레르기가 이렇게 퍼지지는 않으니까요. 근데 그때도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바쁘다는 핑계였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빠지기가 눈치 보였습니다. 그냥 좀 있으면 나아지겠지 했습니다.
통증이 점점 심해지고 있었습니다. 찌릿한 정도가 아니었습니다. 뾰족한 무언가로 지그시 찌르는 느낌. 그냥 너무 아팠습니다. 옷이 다리에 스치기만 해도 아팠습니다. 앉아있을 때도 불편했고, 걸을 때도 불편했습니다. 근데 그래도 버텼습니다.
종아리, 발목까지 내려갔습니다
무릎 뒤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종아리로 내려오더니 발목까지 갔습니다. 허벅지에서 시작한 게 발목까지 내려오는 데 거의 3주가 걸렸습니다. 그 3주 동안 파스를 붙이고, 연고를 바르고, 버텼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허벅지에서 처음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 바로 병원에 갔어야 했습니다. 그랬으면 발목까지 내려오지 않았을 겁니다.
발을 땅에 딛지 못하게 됐습니다.
발목 쪽 통증이 너무 심해서 발을 제대로 디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제야 병원에 갔습니다. 걸어서 간 게 아니라 절뚝거리면서 갔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다리로 어떻게 혼자 병원에 갔는지 모르겠습니다.
두 번째 대상포진이었습니다
병원에서 보자마자 대상포진이라고 했습니다.
진행이 많이 됐다고. 빨리 입원해야 한다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리가 멍했습니다. 3주 동안 버텼던 게 다 후회가 됐습니다. 허벅지에서 처음 이상하다고 느꼈을 때 왔어야 했는데. 바쁘다고, 눈치 보인다고 미뤘던 게 결국 이렇게 됐습니다.
바로 입원했습니다. 주사와 약물 치료를 병행했습니다.
입원해서 처음 며칠은 통증이 더 심했습니다. 치료를 받는다고 바로 나아지는 게 아니었습니다. 진행을 멈추는 것도 시간이 걸렸습니다. 병실에 누워서 천장을 보면서 왜 진작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이미 발목까지 내려온 걸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후회해 봤자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그냥 낫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상포진은 진행이 되면 끝을 봐야 한다고 했습니다. 물집이 생긴 자리를 치료한다고 낫는 게 아니라, 물집이 딱지가 되어서 떨어질 때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그 과정이 정말 힘들었습니다. 옷이 스치기만 해도 아팠습니다. 자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어떤 자세를 취해도 어딘가가 닿았습니다.
첫 번째 대상포진과는 비교가 안 됐습니다. 첫 번째는 빨리 발견해서 약물치료로 끝났습니다. 두 번째는 3주를 방치했으니까요. 그 차이가 이렇게 컸습니다.
퇴원하고 나서도 한동안 아팠습니다
입원해서 치료를 받고 퇴원했습니다.
물집이 딱지가 되고, 딱지가 떨어지고. 그 과정이 지나고 나서야 퇴원할 수 있었습니다. 근데 퇴원했다고 끝이 아니었습니다. 대상포진이 있던 자리에 통증이 남았습니다. 다 나은 것 같은데 한 번씩 그때 그 통증이 느껴졌습니다. 날씨가 흐리거나 피곤한 날이면 더 심했습니다.
대상포진 후유증이라고 했습니다. 신경을 타고 오는 통증이라 시간이 지나야 조금씩 나아진다고. 의학적으로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이라고 부르는 후유증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이 맞았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지만, 그때 그 자리가 가끔 기억날 때가 있습니다.
3주를 버티지 않았더라면 이렇게까지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 후회가 오래 남았습니다.
두 번째 대상포진 상황 정리
| 항목 | 내용 |
| 시기 | 결혼 후 새 직장 입사 초기, 스트레스와 무리 겹친 시기 |
| 시작 증상 | 다리 찌릿함, 근육통으로 오인해 파스 사용 |
| 진행 경과 | 허벅지 > 무릎 뒤 > 종아리 > 발목, 약 3주에 걸쳐 진행 |
| 병원 방문 시기 | 발을 땅에 딛지 못하게 된 후 |
| 치료 | 즉시 입원, 주사와 약물 치료 병행 |
| 후유증 | 퇴원 후에도 한동안 신경통 지속 |
| 후회 | 허벅지에서 처음 이상할 때 바로 갔어야 했다 |
마무리
루푸스가 있으면 몸에 평소와 다른 증상이 나타날 때 더 빨리 알아채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근데 그게 생각처럼 되지 않았습니다. 바쁘다는 핑계, 눈치 보인다는 핑계로 3주를 버텼습니다. 그 3주가 허벅지에서 발목까지의 차이였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 후회가 먼저 납니다. 조금만 더 빨리 갔더라면. 그 생각이 지금은 오히려 기준이 됐습니다. 이상하다고 느끼면 눈치 보다가 미루지 않는 것. 루푸스가 있는 몸은 버티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걸 그때 제대로 배웠습니다.
※ 이 글은 루푸스를 진단받은 환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의학적 조언이나 진단을 대체하지 않으며, 건강 관련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