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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푸스 이후 가족을 챙기기 전에 내 몸부터 살피게 된 이유

by slejuju 2026. 7. 9.

예전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일어났습니다.

몸이 어떤지는 나중이었습니다. 먼저 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루푸스를 앓고 있었지만, 아침마다 제 몸을 살피는 일은 늘 뒤로 미뤘습니다. 남편 아침을 챙기고, 집안일을 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조금 피곤해도 괜찮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침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일어나기 전에 먼저 제 몸부터 살핍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손을 바라보며 잠시 쉬고 있는 모습과 테이블 위 물컵, 약통
하루를 시작하기 전에 내 몸 상태를 먼저 확인하는 아침이 생겼습니다

왜 내 몸은 항상 마지막이었을까?

남편을 출근시키고 나면 혼자 하루가 시작됐습니다.

아침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를 했습니다. 장을 봐야 하는 날은 그것도 했습니다. 저녁 준비는 오후부터 생각했습니다.

순서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 순서 어디에도 내 몸을 확인하는 자리는 없었습니다.

몸이 조금 이상해도 일단 했습니다.

"조금만 움직이면 나아질 거야."

이 말을 스스로에게 많이 했습니다. 루푸스가 있어도 움직이다 보면 괜찮아지는 날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그래서 더 그렇게 믿었습니다. 일단 하고, 나중에 쉬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나중이 오지 않는 날이 많았습니다.

할 일이 끝나고 나면 몸에 힘이 거의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그제야 알아챘습니다. 아, 오늘 몸이 이상하네. 진작 알았으면 다르게 했을 텐데, 다 끝나고 나서야 보였습니다.

아침밥을 차리고 나서 손이 많이 부어 있다는 걸 식탁에 앉아서야 알아챈 날도 있었습니다. 밥 하는 내내 손이 뻐근했는데 그게 붓기 때문이었다는 걸 다 끝내고 나서야 봤습니다.

 

왜 아침마다 몸부터 확인하게 됐을까?

남편을 출근시키고 식탁 의자에 잠깐 앉았습니다.

잠깐만 앉았다가 설거지를 시작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그냥 앉아 있었습니다.

시계를 보니 30분이 지나 있었습니다. 일어나야지 하면서도 몸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그날은 몸이 시키는 대로 있었던 겁니다.

그날 오전 집안일은 거의 못 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는 조금 나아졌습니다. 저녁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억지로 오전을 다 채우려 했던 날보다 오히려 저녁이 괜찮았습니다.

그날 이후로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청소기를 돌리다가 중간에 끄고 소파에 누운 날도 있었습니다. 반쯤 돌리다가 더 못 하겠어서 그냥 껐습니다. 누웠는데 한참 그대로 있었습니다.

오후 일정은 밀렸고 저녁 준비도 늦어졌습니다. 그날은 아침에 몸 상태를 먼저 알았더라면 청소기를 꺼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몰랐으니까 시작했고, 결국 하던 일을 끝까지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몇 번 그런 날을 겪고 나서 아침이 바뀌었습니다. 눈을 뜨면 바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불속에서 손을 한번 쥐어 봅니다. 손가락이 평소처럼 접히는지, 손등이 부은 느낌은 없는지 봅니다. 몸을 조금 움직여 보면서 관절이 평소보다 뻣뻣한지도 확인합니다.

열감이 있는지, 피곤함이 어느 정도인지도 잠깐 느껴봅니다. 그러고 나서야 일어납니다.

 

왜 먼저 쉬는 게 미안했을까?

처음에는 내가 먼저 쉰다는 게 잘 안 됐습니다.

남편은 출근했고, 집안일은 남아 있었습니다. 내가 쉬면 안 될 것 같았습니다.

조금만 참자. 이것만 하고 쉬자. 그런데 이것이 끝나면 또 다른 게 보였습니다.

남편이 먼저 하라고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힘들면 쉬라고 말해주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도 제 마음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내가 해야 할 것 같았고, 내가 움직여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억지로 움직인 날은 점심 이후가 없었습니다.

오전에 다 쏟아내고 나면 오후에 아무것도 못 했습니다. 소파에 누워서 저녁 준비를 못 한 날도 있었습니다.

결국 가족을 챙기려다가 가족을 제대로 못 챙겼습니다. 내가 먼저 버텨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오후가 되자 더 움직이기 어려웠습니다.

미안한 마음이 없어진 건 아닙니다.

지금도 몸이 안 좋아서 집안일을 못 하는 날은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래도 전처럼 끝까지 밀어붙이지는 않습니다. 밀어붙인 날 오후가 어땠는지 알고 있으니까요.

 

왜 지금은 잠깐 멈추는 날이 생겼을까?

몸이 이상하다 싶으면 일단 멈춥니다.

괜찮지 않은 날은 괜히 서둘러 움직이지 않습니다. 물 한 잔 마시고 약을 먹고 조금 더 누워 있습니다.

30분 뒤에 다시 봅니다. 그때 괜찮으면 움직이고, 아직 몸이 쉽게 따라오지 않으면 조금 더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게으른 것 같았습니다. 할 일이 있는데 눕는다는 게 영 마음에 걸렸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한 날 오후가 달랐습니다.

완전히 쓰러지지 않았습니다. 저녁을 차릴 수 있었습니다. 남편이 들어왔을 때 소파에 누워 있지 않은 날도 있었습니다.

오전에 잠깐 쉰 날이 오전을 억지로 다 채운 날보다 저녁이 나았습니다.

하루를 무리 없이 보낸다는 게 이런 거였습니다.

 

지금은 아침마다 이것부터 확인합니다

지금은 아침마다 특별한 준비를 하는 건 아닙니다.

다만 예전과 달라진 순서가 하나 있습니다.

  • 오늘 피곤함이 어느 정도인지
  • 관절이 평소와 다른지
  • 손이나 발에 부기가 있는지
  • 열감이 있는지
  • 오늘 병원 일정이나 무리한 일정이 있는지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누운 채로 1분도 안 걸립니다. 뭔가를 꺼내거나 적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눈을 뜨고 나서 잠깐 훑는 정도입니다.

루푸스를 오래 앓고도 한동안은 이런 몇 분이 필요하다는 걸 몰랐습니다. 할 일이 있는데 나를 먼저 챙긴다는 게 왠지 미안했고, 이상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은 다릅니다. 아침에 잠깐 내 몸을 먼저 살피면 그날 하루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조금은 알 수 있습니다. 미리 알면 처음부터 맞춰서 움직일 수 있고, 중간에 하던 일을 멈춰야 하는 날도 줄었습니다.

 

그때는 가족을 먼저 챙기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내 몸을 먼저 살피는 일이 가족을 뒤로 미루는 일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내가 하루를 잘 보내야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걸, 오래 걸려서야 배웠습니다.

몸이 괜찮아 보여도 일부러 멈추게 된 이유는 괜찮은 날에도 여기서 멈추는 이유라는 글에도 적어두었습니다.

 

※ 이 글은 루푸스를 진단받은 환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의학적 조언이나 진단을 대체하지 않으며, 건강 관련 증상이 있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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