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증상5 루푸스 경험 기록 #21: 내가 병원에 가야겠다고 판단하는 순간들 루푸스를 진단받고 나서 한동안 헷갈리는 게 있었습니다.이게 그냥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 건지, 아니면 병원에 가야 하는 건지. 루푸스가 있으면 매일 조금씩 불편한 게 기본값입니다. 아침이 무겁고, 피로가 쌓이고, 관절이 뻐근한 게 일상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어디서부터 그냥 넘기고, 어디서부터 움직여야 하는지 기준이 없었습니다.처음엔 조금만 이상해도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별거 아니라는 말을 몇 번 듣고 나서는 반대로 버티기 시작했습니다. 버티다가 크게 된 경험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두 번째 대상포진 때, 신염 때, 대퇴골 무혈성 괴사 때. 다 버티다가 더 힘들게 치료받은 경우들이었습니다.그 경험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기준이 생겼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가끔 판단이 흐릴 때가 .. 2026. 6. 3. 루푸스 경험 기록 #20: 재발과 합병증을 겪고 나서 바뀐 생각들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어떤 날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내 몸 안에 시한폭탄이 있는 것 같다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느낌. 루푸스가 활성화될 때마다 그 생각이 떠오릅니다. 괜찮다 싶으면 또 무너지고, 무너지면 또 일어나고. 그 반복 생활이 28년이었습니다.스무 살에 진단받았을 때는 앞이 안 보였습니다. 루푸스가 뭔지도 몰랐고, 완치가 없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무서웠습니다. 이십 대를 아프고 상처받고 그렇게 보냈습니다. 대상포진이 왔고,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고, 신염이 왔고, 대퇴골 무혈성 괴사로 수술을 두 번 했습니다. 몇 년에 한 번씩 활성화되고, 입원하고, 회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걸 반복했습니다.지금 나이 마흔여덟입니다.그 시.. 2026. 6. 1. 루푸스 경험 기록 #18: 스무 살의 아침과 마흔여덟의 아침(조조강직 28년 기록)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30분이 걸렸습니다 스무 살의 아침은 그랬습니다.눈은 떠지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손가락, 손목, 무릎, 발목이 전부 굳어있었습니다. 하나씩 풀어가면서 일어나야 했습니다.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30분. 그게 매일 아침이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루푸스 때문인지도 몰랐습니다. 베이커리에서 한 달 가까이 쉬는 날 없이 일했으니까,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했습니다.그 시절 아침은 두려웠습니다. 눈을 뜨는 게 반갑지 않았습니다.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안 따라오는 그 답답함. 화장실이 3미터도 안 되는 거리인데 그게 그렇게 멀게 느껴질 수가 없었습니다. 힘들어도 일어나기만 하면 또 어떻게든 움직여졌습니다. 근데 퇴근하고 누우면 다음 날 아침에 또 그 상태가 반복됐습니다. 그 반복이 몇 .. 2026. 5. 30. 루푸스 초기증상 기록 #10: 겉으로 보이는 상태와 실제 몸 상태의 차이 ▶ 이 글 요약루푸스 환자는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왜 맨날 아프다고 하냐는 말을 듣습니다. 보이지 않는 병을 안고 살면서 받았던 상처, 그리고 그 시간을 지나 지금은 어떻게 생각하게 됐는지에 대해 써봅니다."멀쩡해 보이는데 왜 맨날 아프다고 해"이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모릅니다.루푸스는 겉으로 잘 보이지 않는 병입니다. 활성화되는 시기에는 얼굴에 홍반이 오르고 손가락이 붓지만, 안정기에는 정말 멀쩡해 보입니다. 피부가 좋아 보이기도 하고, 걷는 데 지장도 없고, 말하는 데도 문제없습니다. 밖에서 보면 아픈 사람처럼 보이지 않습니다.근데 안은 다릅니다.아침에 일어나는 데 30분이 걸리고, 조금만 무리해도 몸이 방전되고, 햇빛이 강한 날 외출을 하고 나면 몸살 온 것처.. 2026. 5. 15. 루푸스 초기증상 기록 #06: 나았다고 생각했는데 또 다시 ▶ 이 글에서 정리되는 내용퇴원 후 괜찮아졌다고 느꼈던 시기약을 먹고 있는데도 다시 무너지던 몸 상태루푸스가 사라지는 병이 아니라 조절하는 병이라는 걸 알게 된 과정지금 몸 상태를 볼 때 참고하는 초기 신호괜찮아진 줄 알았던 시간퇴원하고 나서 처음 몇 주는 진짜 살 것 같았습니다.입원 중에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으면서 열이 잡히고, 손가락 부기가 빠지고, 아침에 관절이 굳는 것도 많이 나아졌습니다. 몸이 가벼워지는 느낌이 뭔지 오랜만에 알았습니다. 퇴원할 때 약을 받아왔습니다. 매일 먹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종류도 많고 알약 개수도 꽤 됐는데, 그냥 먹으면 되는 거겠지 했습니다. 안 아프니까 그냥 좋았습니다.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베이커리 일도 다시 시작했습니다. 약을 빠뜨리지 않고 먹으면서 병원도 정기.. 2026. 5. 4.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