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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병기록4

루푸스 환자인 걸 숨기고 괜찮은 척했던 날들 그때의 나에게, 지금의 내가이번 글은 평소와 다르게 편지 형식으로 적어봅니다. 그때의 나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그대로 옮겨보려고 합니다. 베이커리에서 일하던 스무 살의 너에게.아프다고 말하면 그 자리 공기가 달라지는 걸 느끼고 나서, 너는 괜찮다는 말을 배웠어. 조금 힘들어도 괜찮다고,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다고. 오늘만 지나가면 된다고 생각했잖아.그 생각, 틀린 건 아니었어. 다만 오늘 하루만 지나가는 게 아니었을 뿐이야. 그때는 몸이 보내는 신호와 마음이 하는 말이 따로 놀았어. 몸은 이미 힘들다고 하는데, 마음은 그 정도는 괜찮다고 우겼거든. 그 둘 사이에서 늘 마음이 이겼고, 그 대가는 항상 며칠 뒤에 찾아왔어. 결혼하고 새 직장에 들어갔을 때 너를 기억해. 루푸스를 진단받은 채로 입사한 지 얼.. 2026. 6. 29.
루푸스 경험 기록 #22: 루푸스가 있어도 평범한 하루가 가능한가 가능합니다. 근데 평범의 기준이 달라졌습니다.루푸스를 진단받고 나서 한동안 평범한 하루가 뭔지 몰랐습니다. 아프지 않은 날이 평범한 건지, 약을 먹고 버티는 날이 평범한 건지. 기준 자체가 없었습니다. 남들과 비교하면서 왜 나는 이 정도도 못 하나 싶었던 날도 많았습니다. 지금은 압니다. 루푸스가 있는 사람의 평범한 하루는 루푸스가 없는 사람의 평범한 하루랑 다릅니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늘 모자랍니다. 그 비교를 그만두는 데 꽤 오래 걸렸습니다. 지금 제 하루는 아침 약부터 저녁 준비까지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금 하루를 있는 그대로 적어봅니다. 아침: 몸 상태 확인과 약 복용으로 시작하는 루틴눈을 뜨면 바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손가락을 천천히 구부려봅니다. 손목을 돌려봅니다. 오늘 관절 상태.. 2026. 6. 8.
루푸스 경험 기록 #20: 재발과 합병증을 겪고 나서 바뀐 생각들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어떤 날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내 몸 안에 시한폭탄이 있는 것 같다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느낌. 루푸스가 활성화될 때마다 그 생각이 떠오릅니다. 괜찮다 싶으면 또 무너지고, 무너지면 또 일어나고. 그 반복 생활이 28년이었습니다.스무 살에 진단받았을 때는 앞이 안 보였습니다. 루푸스가 뭔지도 몰랐고, 완치가 없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무서웠습니다. 이십 대를 아프고 상처받고 그렇게 보냈습니다. 대상포진이 왔고,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고, 신염이 왔고, 대퇴골 무혈성 괴사로 수술을 두 번 했습니다. 몇 년에 한 번씩 활성화되고, 입원하고, 회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걸 반복했습니다.지금 나이 마흔여덟입니다.그 시.. 2026. 6. 1.
루푸스 경험 기록 #18: 스무 살의 아침과 마흔여덟의 아침(조조강직 28년 기록)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30분이 걸렸습니다 스무 살의 아침은 그랬습니다.눈은 떠지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손가락, 손목, 무릎, 발목이 전부 굳어있었습니다. 하나씩 풀어가면서 일어나야 했습니다.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30분. 그게 매일 아침이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루푸스 때문인지도 몰랐습니다. 베이커리에서 한 달 가까이 쉬는 날 없이 일했으니까,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했습니다.그 시절 아침은 두려웠습니다. 눈을 뜨는 게 반갑지 않았습니다.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안 따라오는 그 답답함. 화장실이 3미터도 안 되는 거리인데 그게 그렇게 멀게 느껴질 수가 없었습니다. 힘들어도 일어나기만 하면 또 어떻게든 움직여졌습니다. 근데 퇴근하고 누우면 다음 날 아침에 또 그 상태가 반복됐습니다. 그 반복이 몇 .. 2026.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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