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치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병원에 가지 않았습니다.
처음엔 이가 시린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조심했습니다. 찬물은 피했고, 음료나 초콜릿도 멀리했습니다. 이 정도로 넘어갈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다 한쪽 머리가 아플 정도로 통증이 심해졌습니다. 그때부터 진통제를 먹기 시작했습니다. 하루에 두 번 이상 먹은 날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버틴 시간이 6개월쯤 됩니다. 통증이 심해질 때만 약을 먹고, 좀 가라앉으면 또 미뤘습니다. 루푸스 관리만으로도 병원 다닐 일이 많다 보니, 치과는 늘 뒷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미련했습니다.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몰랐으니까요.
그러다 밥을 먹던 중에 치아 일부가 깨졌습니다. 씹다가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어 뱉어보니 치아 조각이었습니다. 그 순간 알았습니다. 이제는 정말 치과를 가야 할 때가 왔다는 걸.

"발치를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집 근처 작은 치과에 갔습니다. 상태를 보시더니 표정이 심각해지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데 갑자기 머리가 멍했습니다. 충치 하나 때문에 임플란트까지 생각해야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습니다. 여러 검사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검사 결과를 보시던 원장님이 다른 이야기를 꺼내셨습니다. 루푸스가 있다는 게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치과 치료에 쓰이는 약과 주사, 그리고 지금 제 몸 상태에 대해 다니는 대학병원에서 소견서를 받아오라고 하셨습니다. 그 서류가 있어야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고.
솔직히 그 말을 듣고 겁이 났습니다. 치아 치료를 받다가 뭔가 잘못될 수도 있는 건가 싶었습니다. 왜 다른 병원 서류까지 필요한지 이해가 잘 안 됐고, 불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혹시 다른 방법이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번엔 조금 크고 알려진 치과를 찾아갔습니다. 근데 거기서도 같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발치 가능성, 그리고 루푸스 관련 소견서 요구. 두 군데에서 같은 대답을 듣고 나니, 이게 특정 병원만의 까다로운 요구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습니다.
루푸스는 치과도 까다롭다고 하셨습니다
루푸스로 다니는 대학병원에 가서 지금까지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습니다.
담당 교수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루푸스는 치과 치료도 까다로운 경우가 있다고. 정확히 어떤 부분이 문제가 되는지까지 자세히 여쭤보지는 못했지만, 복용 중인 약이나 현재 몸 상태가 치료 방식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뉘앙스였습니다. 그 말을 듣고 나니, 두 치과에서 서류를 요구했던 이유가 조금은 납득이 됐습니다.
두 군데에서 같은 이야기를 듣고 나니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민 끝에 동네 치과 대신, 다니는 대학병원 안에 있는 치과에서 치료를 받기로 했습니다.
같은 병원 안에서 류머티즘내과와 치과가 협진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서류를 들고 왔다 갔다 하지 않아도 되고, 무엇보다 제 상태를 이미 알고 있는 병원이라는 게 안심이 됐습니다.
여기서도 서류와 피검사부터였습니다
대학병원 치과라고 해서 절차가 간단하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서도 류머티즘내과에서 현재 몸 상태에 대한 소견과, 치과 치료에 필요한 피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검사를 받았습니다. 다행히 다른 수치들은 크게 문제가 없었습니다.
문제는 치아 상태 쪽이었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좋지 않다고 했습니다. 발치를 먼저 하고, 신경치료를 진행한 다음, 그 자리에 뼈가 어떻게 자리 잡는지 보고 나서 임플란트 여부를 결정하자고 하셨습니다.
입을 크게 벌리지 못하게 됐습니다
발치는 마쳤고, 지금은 그 자리에 뼈가 다시 자리 잡기를 기다리는 중입니다.
발치한 곳이 왼쪽 아래 어금니 자리인데, 이가 없는 채로 두면 위쪽 치아가 아래로 내려올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위쪽 치아끼리 얇은 철사로 묶어서 고정해 둔 상태입니다. 정확한 치과 용어는 잘 모르지만, 위쪽 이가 내려오지 않게 잡아두는 장치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이게 여간 거슬리는 게 아닙니다. 밥을 먹고 나면 잇새에 음식물이 자꾸 낍니다. 말할 때나 웃을 때 철사가 보일까 봐 신경이 쓰여서, 요즘은 입을 크게 벌리지 않게 됐습니다. 뼈가 잘 자리 잡으면 임플란트를 진행하고, 아니면 다른 방법을 다시 상의해야 합니다.
충치 하나가 가르쳐준 것들
충치 하나로 시작된 일인데, 생각보다 훨씬 여러 단계를 거쳤습니다. 돌아보면서 든 생각을 정리해 봤습니다.
루푸스가 있으면 치과도 그냥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라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지금까지는 내과나 정형외과 쪽 합병증만 신경 썼는데, 치과 치료도 협진이 필요한 영역이었습니다. 미리 알았더라면 충치를 이렇게까지 방치하지도 않았을 것 같습니다. 진통제로 버티는 대신 더 일찍 병원에 갔을 겁니다.
그리고 동네 병원이든 대학병원이든, 소견서나 협진을 요구하는 게 유난스러운 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습니다. 처음엔 겁나고 불안했는데, 두 군데에서 같은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이게 신중한 절차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작은 증상 하나도 그냥 넘기면 안 된다는 걸, 치과에서 다시 한번 배웠습니다.
증상이 애매할 때 병원에 갈지 말지 판단하는 저만의 기준은 내가 병원에 가야겠다고 판단하는 순간들 글에 정리해 뒀습니다.
다음엔 이렇게 준비하고 싶습니다
이번 일을 겪으면서, 다음에 또 다른 치과 치료를 받게 된다면 미리 준비해두고 싶은 것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 확인할 것 | 이번에 겪은 내용 |
| 담당 병원 협진 가능 여부 | 대학병원 내 치과에서 류마티스내과와 협진 가능했음 |
| 필요 서류 | 현재 몸 상태 소견, 복용 약물 관련 내용 |
| 사전 검사 | 치과 치료 전 피검사 (수치 이상 유무 확인) |
| 치료 순서 | 발치 → 신경치료 → 경과 관찰 → 임플란트 여부 결정 |
| 소요 기간 | 아직 진행 중, 뼈가 자리 잡는 걸 지켜보는 단계 |
치료를 다 마친 게 아니라서 이 표가 완성된 정보는 아닙니다. 그래도 저처럼 루푸스가 있으면서 치과 치료를 앞둔 분이 있다면, 미리 담당 병원에 문의부터 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저는 그걸 몰라서 첫 병원에서 많이 당황했었습니다.
충치 하나 방치했던 6개월이, 이렇게 긴 치료 과정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몸에 지병이 있으면 치과도 예외가 아니라는 걸, 이번에 제대로 배웠습니다.
※ 이 글은 루푸스를 진단받은 환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의학적 조언이나 진단을 대체하지 않으며, 치과 치료를 포함한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