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푸스환자7 루푸스 이후 가족을 챙기기 전에 내 몸부터 살피게 된 이유 예전에는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일어났습니다.몸이 어떤지는 나중이었습니다. 먼저 해야 하는 일들이 더 많다고 생각했습니다.루푸스를 앓고 있었지만, 아침마다 제 몸을 살피는 일은 늘 뒤로 미뤘습니다. 남편 아침을 챙기고, 집안일을 하고, 오늘 해야 할 일을 먼저 떠올렸습니다. 조금 피곤해도 괜찮겠지 했습니다.그런데 지금은 아침이 조금 달라졌습니다.일어나기 전에 먼저 제 몸부터 살핍니다.왜 내 몸은 항상 마지막이었을까?남편을 출근시키고 나면 혼자 하루가 시작됐습니다.아침 설거지를 하고, 세탁기를 돌리고, 청소를 했습니다. 장을 봐야 하는 날은 그것도 했습니다. 저녁 준비는 오후부터 생각했습니다.순서가 정해져 있었습니다. 그 순서 어디에도 내 몸을 확인하는 자리는 없었습니다.몸이 조금 이상해도 일단 했습니다... 2026. 7. 9. 친구들과의 약속 잡는 방식이 루푸스 이후 달라진 이유 예전에는 달력부터 봤습니다.이번 주 토요일 괜찮아? 다음 주 점심 어때?날짜가 비어 있으면 약속을 잡았습니다. 비어 있다는 게 곧 갈 수 있다는 뜻이었습니다.지금은 조금 다릅니다.언제부터였는지는 정확히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약속 날짜를 보기 전에 먼저 확인하는 것들이 생겼습니다.그러다 보니 친구들을 만나는 방식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왜 약속 시간을 오전이나 점심으로 잡게 됐을까?저녁 약속이 힘들어진 건 어느 순간부터였습니다.저녁 약속은 보통 여섯 시나 일곱 시에 시작합니다. 거기서 두세 시간 있다가 집에 오면 열 시가 넘습니다. 씻고 나면 자정 가까이 됩니다.딱 하루만 그러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았습니다.늦게 귀가한 다음 날은 아침부터 몸이 무거웠습니다. 전날 몇 시간 이야기하고 웃.. 2026. 7. 6. 루푸스 병원 가는 날 내가 전날부터 확인하는 것들 병원 예약은 보통 진료를 마치고 나오는 길에 다음 날짜를 잡아둡니다.상태가 안정적인 지금은 대개 세 달에 한 번 병원에 갑니다. 달력에도 적어두고 핸드폰 알림도 맞춰둡니다. 그런데도 전날이 되면 다시 확인합니다. 몇 시인지, 혈액검사가 있는 날인지 없는 날인지, 어느 병원인지 한 번 더 봅니다.머리로는 알고 있는데 눈으로 다시 봐야 마음이 놓입니다.그 사이에 몸 상태가 달라지는 날이 있고, 약이 바뀌기도 하고, 검사 결과를 보면서 숫자가 오르내리는 걸 확인하는 날도 있습니다. 그래서 병원 가는 날은 그냥 다녀오면 되는 날이 아니었습니다. 조금 준비가 필요한 날이었습니다.준비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닙니다. 챙겨야 할 것들이 있고, 물어봐야 할 것들이 있고, 잊으면 "아, 맞다..." 하고 집에 오는 길에 .. 2026. 7. 1. 루푸스 환자인 걸 숨기고 괜찮은 척했던 날들 아프다는 말을 잘 안 하게 됐습니다.언제부터였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베이커리에서 일하던 때부터였을 수도 있습니다. 아프다고 하면 그 자리 공기가 달라지는 걸 그때 처음 느꼈습니다. 괜찮다고 하면 그냥 넘어가는 날이 많았습니다.그래서 괜찮다고 말했습니다.조금 힘들어도 괜찮다고 했고, 하루 정도는 버틸 수 있을 것 같으면 그냥 했습니다. 오늘만 지나가면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사실 괜찮은 척하는 게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직장에서도 다들 피곤하다고 했고, 주변 사람들도 참고 지냈습니다. 저도 그 정도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몸이 조금 무겁고 버거운 날도 있었지만 저만 그런 건 아닐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그래서 쉬어야겠다는 생각보다 조금만 더 하면 끝날 것 같았습니다. 그날 할 일을 끝내고 .. 2026. 6. 29. 루푸스 경험 기록 #23: 왜 아침마다 약보다 먼저 확인하게 됐을까 약을 잘 먹으면 다 되는 줄 알았습니다.루푸스를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그랬습니다. 약만 빠뜨리지 않으면 관리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약이 전부였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약 먹는 것 외에 따로 확인하는 게 없었습니다. 그냥 습관처럼 먹고 나가면 됐습니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약보다 먼저 보게 되는 것들이 생겼습니다.약을 먹기 전에, 병원에 가기 전에, 수치를 확인하기 전에. 아침부터 평소랑 다르다고 느끼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걸 알아채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버티다가 쓰러지고, 늦게 병원 가서 후회하고. 두 번째 대상포진 때 3주를 버텼던 것, 신염 때 동네 병원만 갔다가 새벽에 응급실을 갔던 것. 그 경험들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습니다. 누가 알려준 건 아니었지만.. 2026. 6. 12. 루푸스 경험 기록 #20: 재발과 합병증을 겪고 나서 바뀐 생각들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어떤 날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내 몸 안에 시한폭탄이 있는 것 같다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느낌. 루푸스가 활성화될 때마다 그 생각이 떠오릅니다. 괜찮다 싶으면 또 무너지고, 무너지면 또 일어나고. 그 반복 생활이 28년이었습니다.스무 살에 진단받았을 때는 앞이 안 보였습니다. 루푸스가 뭔지도 몰랐고, 완치가 없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무서웠습니다. 이십 대를 아프고 상처받고 그렇게 보냈습니다. 대상포진이 왔고,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고, 신염이 왔고, 대퇴골 무혈성 괴사로 수술을 두 번 했습니다. 몇 년에 한 번씩 활성화되고, 입원하고, 회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걸 반복했습니다.지금 나이 마흔여덟입니다.그 시.. 2026. 6. 1. 이전 1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