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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면역질환19

루푸스 경험 기록 #23: 왜 아침마다 약보다 먼저 확인하게 됐을까 약을 잘 먹으면 다 되는 줄 알았습니다.루푸스를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그랬습니다. 약만 빠뜨리지 않으면 관리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약이 전부였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약 먹는 것 외에 따로 확인하는 게 없었습니다. 그냥 습관처럼 먹고 나가면 됐습니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약보다 먼저 보게 되는 것들이 생겼습니다.약을 먹기 전에, 병원에 가기 전에, 수치를 확인하기 전에. 아침부터 평소랑 다르다고 느끼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걸 알아채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버티다가 쓰러지고, 늦게 병원 가서 후회하고. 두 번째 대상포진 때 3주를 버텼던 것, 신염 때 동네 병원만 갔다가 새벽에 응급실을 갔던 것. 그 경험들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습니다. 누가 알려준 건 아니었지만.. 2026. 6. 12.
루푸스 경험 기록 #22: 루푸스가 있어도 평범한 하루가 가능한가 루푸스가 있어도 평범한 하루가 가능한가가능합니다. 근데 평범의 기준이 달라졌습니다.루푸스를 진단받고 나서 한동안 평범한 하루가 뭔지 몰랐습니다. 아프지 않은 날이 평범한 건지, 약을 먹고 버티는 날이 평범한 건지. 기준 자체가 없었습니다.지금은 압니다. 루푸스가 있는 사람의 평범한 하루는 루푸스가 없는 사람의 평범한 하루랑 다릅니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늘 모자랍니다. 그 비교를 그만두는 데 꽤 오래 걸렸습니다. 지금 제 하루는 아침 약부터 저녁 준비까지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지금 제 하루를 있는 그대로 씁니다. 아침은 느리게 시작합니다눈을 뜨면 바로 일어나지 않습니다.손가락을 천천히 구부려봅니다. 손목을 돌려봅니다. 오늘 관절 상태가 어떤지 느껴봅니다. 괜찮은 날은 10분 안에 일어납니다. 좀 .. 2026. 6. 8.
루푸스 경험 기록 #20: 재발과 합병증을 겪고 나서 바뀐 생각들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어떤 날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내 몸 안에 시한폭탄이 있는 것 같다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느낌. 루푸스가 활성화될 때마다 그 생각이 떠오릅니다. 괜찮다 싶으면 또 무너지고, 무너지면 또 일어나고. 그 반복 생활이 28년이었습니다.스무 살에 진단받았을 때는 앞이 안 보였습니다. 루푸스가 뭔지도 몰랐고, 완치가 없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무서웠습니다. 이십 대를 아프고 상처받고 그렇게 보냈습니다. 대상포진이 왔고,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고, 신염이 왔고, 대퇴골 무혈성 괴사로 수술을 두 번 했습니다. 몇 년에 한 번씩 활성화되고, 입원하고, 회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걸 반복했습니다.지금 나이 마흔여덟입니다.그 시.. 2026. 6. 1.
루푸스 경험 기록 #19: 루푸스와 살면서 생긴 나만의 기준들 28년 동안 쌓인 것들병원에서 알려준 게 아닙니다.책에서 읽은 것도 아닙니다. 루푸스와 28년을 살면서 몸으로 익힌 것들입니다. 틀릴 수도 있고, 다른 사람한테는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냥 저한테는 이게 기준이 됐습니다.루푸스를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약을 먹으면 안 아프고, 그냥 잘 사는 줄 알았습니다. 재발하고, 입원하고, 합병증 겪고, 수술하고. 그 모든 과정이 지나면서 조금씩 생긴 것들입니다. 처음부터 알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싶은 것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기록으로 남겨둡니다.루푸스는 사람마다 경과가 다릅니다. 같은 진단을 받아도 증상이 다르고, 합병증이 다르고, 약물 반응이 다릅니다. 그래서 여기 쓰는 것들이 모든 루푸스 환자한테 똑같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 2026. 5. 31.
루푸스 경험 기록 #18: 스무 살의 아침과 마흔여덟의 아침(조조강직 28년 기록)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30분이 걸렸습니다 스무 살의 아침은 그랬습니다.눈은 떠지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손가락, 손목, 무릎, 발목이 전부 굳어있었습니다. 하나씩 풀어가면서 일어나야 했습니다. 침대에서 화장실까지 30분. 그게 매일 아침이었습니다. 그때는 그게 루푸스 때문인지도 몰랐습니다. 베이커리에서 한 달 가까이 쉬는 날 없이 일했으니까, 그냥 피곤해서 그런 거겠지 했습니다.그 시절 아침은 두려웠습니다. 눈을 뜨는 게 반갑지 않았습니다. 일어나야 하는데 몸이 안 따라오는 그 답답함. 화장실이 3미터도 안 되는 거리인데 그게 그렇게 멀게 느껴질 수가 없었습니다. 힘들어도 일어나기만 하면 또 어떻게든 움직여졌습니다. 근데 퇴근하고 누우면 다음 날 아침에 또 그 상태가 반복됐습니다. 그 반복이 몇 .. 2026. 5. 30.
루푸스 경험 기록 #17: 암이었습니다 - 갑상선암 진단 목욕을 하다가 발견했습니다28살이었습니다. 결혼 전이었습니다.어느 날 목욕을 하는데 가슴 한쪽에 뭔가 만져졌습니다. 양쪽이 아닌 한쪽에서만 느껴지는 게 좀 신경 쓰였습니다. 그래도 아프지 않아서 바로 병원에 가지는 않았습니다. 목욕할 때마다 한 번씩 체크만 했습니다. 그렇게 지내다가 어느 날 보니 좀 더 커진 것 같았습니다.회사 근처 산부인과에 갔습니다. 초음파를 보자고 해서 봤는데, 가슴만 보지 않고 목까지 보더라고요. 가슴에 작은 혹들이 많이 보인다고 했습니다. 근데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이 이어졌습니다. 갑상선에 뭔가 보인다며, 빨리 조직검사를 해봐야 한다고.가슴 혹 때문에 갔는데 더 심각한 건 갑상선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덜컥 겁이 났습니다. 혼자 감당하고 있었습니다루푸스로 다니던 병원 주치.. 2026.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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