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저 스스로도 한 번 정리해보고 싶었던 것들이 있었습니다. 진단 전후로 식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 그 이유는 뭐였는지. 누가 물어본 건 아니지만, 혼자 되짚어보듯 질문을 던지고 답해봤습니다.

진단받고 나서 못 먹게 된 게 뭐가 있었더라
있습니다. 진단받기 전과 후, 식탁 모습이 꽤 달라졌습니다. 제일 먼저 끊은 건 회였습니다. 저는 계절마다 제철 생선으로 회를 먹는 걸 좋아했습니다. 봄엔 도다리, 여름엔 민어, 가을 겨울엔 방어나 광어.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 생선을 챙겨 먹는 게 저만의 낙이었습니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제철 생선이 눈에 띄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습니다. 루푸스를 진단받고 나서는 그걸 멀리하게 됐습니다. 아쉬운 마음은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계절마다 생선 이름을 들으면 여전히 먹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회뿐 아니라 좋아했던 다른 것들도 하나씩 정리하게 됐습니다.
회는 왜 완전히 끊게 됐을까
회는 특정 사건이 있었다기보다, 진단 이후 자연스럽게 멀리하게 된 쪽입니다. 면역억제제나 스테로이드를 복용하면 면역력이 낮아진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들었던 것도 영향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반면 조개젓갈은 확실한 계기가 있었습니다. 결혼하고 얼마 안 됐을 무렵, 지금처럼 늦여름쯤이었습니다. 동네 재래시장에서 조개젓갈을 사 와 집에서 밥에 올려 먹었습니다. 조개젓갈도 회 못지않게 정말 좋아했습니다. 밥 한 공기에 조개젓갈 하나만 있어도 든든하다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근데 그날 저녁부터 탈이 났습니다. 머리가 아프고 설사를 하고 몸살처럼 온몸이 아팠습니다. 하루 종일 방에 누워 꼼짝 못 하고 앓았던 기억이 납니다. 다행히 단순 장염으로 끝났습니다. 근데 그 순간 겁이 났습니다. 저는 예전에 장염으로 시작해서 루푸스 신장염까지 갔던 경험이 있습니다. 그때 겪은 고생을 생각하면, 이번에도 자칫 루푸스 장염으로 이어졌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그때 이야기는 장염으로 시작해서 신장까지 글에도 적어뒀습니다. 단순 장염이었던 게 정말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지금도 듭니다. 그날 이후로 조개젓갈은 아예 먹지 않게 됐습니다.
홍삼은 어쩌다 안 먹게 됐지
진단받고 나서 한동안 홍삼을 먹은 적이 있습니다. 가족들이 챙겨준 것도 있었고, 기운 없을 때 도움이 될 거라는 생각도 있었습니다. 아침마다 물에 타서 마시거나, 진액 형태로 하루 한 포씩 챙겨 먹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먹으면서 몸으로 느껴지는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좋아지는 느낌도, 나빠지는 느낌도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건강에 좋다니까 먹었던 것에 가까웠습니다. 근데 루푸스 환자에게는 면역을 과도하게 증진시키는 성분이 오히려 질환 활성도를 높일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습니다. 찾아보니 힐팁에서도 비슷한 내용을 다루고 있었습니다. 면역력을 과도하게 증진시키면 루푸스나 류마티스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에서는 오히려 염증이 악화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직접 느낀 변화는 없었지만, 이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더 이상 먹지 않고 있습니다. 가족이 걱정하는 마음으로 챙겨준 거라 아쉬운 마음도 조금은 있습니다.
짠 음식이랑 단 음식은 완전히 끊었나
아니요, 완전히 끊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루푸스 신장염을 겪은 적이 있어서 염분 조절이 필요하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처음엔 아예 무염으로 시작했습니다. 근데 도저히 안 되겠더군요. 그래서 저염으로 바꿨더니 오히려 그게 오래 지속이 됐습니다. 그래도 완전히 끊어지지는 않았습니다. 가끔 국물이 당기는 날은 조금 먹습니다. 디저트도 마찬가지입니다. 매일 먹지는 않지만, 먹고 싶은 날엔 조금씩 먹습니다. 스트레스만 쌓이고 버티기 힘들어지느니, 편하게 지킬 수 있게 점차적으로 양을 줄이는 쪽으로 바꿨습니다.
그럼 지금은 뭘 챙겨 먹고 있나
익힌 음식 위주로 먹습니다. 한 끼를 차려도 이제는 재료를 고를 때부터 예전과 다른 기준으로 고르게 됐습니다. 날것 대신 완전히 익힌 생선이나 고기를 먹습니다. 채소도 날음식이라, 조개젓갈로 장염을 겪은 뒤로는 겁이 나서 저는 개인적으로 데치거나 볶아서 챙겨 먹고 있습니다. 예전엔 날음식을 좋아했던 사람이라 처음엔 아쉬웠는데, 지금은 그냥 익숙해졌습니다. 시장에서 회 뜨는 생선을 봐도 예전만큼 눈이 가지는 않습니다. 대신 같은 생선이라도 구이나 조림으로 먹는 재미를 찾게 됐습니다. 염분이나 당은 완전히 배제하지 않되 양을 조절하는 정도로 관리합니다.
이렇게 바뀐 게 불편하지는 않았나
처음엔 불편했습니다. 특히 회나 조개젓갈처럼 좋아했던 음식을 못 먹게 됐을 때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외식 자리에서 다들 회를 먹는데 저만 익힌 음식을 고르는 순간이 어색하기도 했습니다. 누가 왜 안 먹냐고 물어보면 매번 설명하기도 번거로웠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짧게라도 이유를 설명하는 게 저한테는 은근히 에너지가 드는 일이었습니다. 근데 시간이 지나면서 익숙해졌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이런 선택이 자연스럽습니다. 회나 조개젓갈처럼 감염 위험이 있는 건 아예 안 먹고, 짠 음식이나 단 음식처럼 양으로 조절 가능한 건 조금씩 먹습니다.
좋아하던 음식을 이렇게 하나씩 줄여가는 게 처음엔 서운했습니다. 짠 음식도 완전히 끊어야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무염으로 시작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근데 그게 오히려 더 힘들었습니다. 지금은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조심할 건 조심하고, 먹고 싶은 날엔 조금씩 먹으면서 지냅니다. 계절마다 제철 생선을 챙겨 먹던 습관, 가족이 챙겨준 홍삼, 좋아했던 조개젓갈. 그렇게 하나씩 내려놓은 자리에, 지금은 이 정도의 식탁이 자리 잡았습니다.
※ 이 글은 루푸스를 진단받은 환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의학적 조언이나 진단을 대체하지 않으며, 식이 관리를 포함한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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