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면 스트레칭부터 하고, 오전에는 한강에 나가서 걷습니다. 보통 한 시간 정도 걷고, 많이 걷는 날은 만 보 가까이 걷습니다. 날이 안 좋은 날엔 유튜브를 틀어놓고 집에서 홈트를 하는데, 밖에 못 나가는 날도 몸을 아예 안 움직이고 지나가지는 않으려고 짧게라도 스트레칭이나 근력 운동 영상을 따라 하는 편입니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 수술을 받은 뒤로 생긴 하루 습관입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걸었던 건 아닙니다. 수술한 지 1년이 넘어가면서 조금씩 늘어난 겁니다. 양쪽 다리를 순서대로 수술받고 나서, 처음엔 이 정도로 걷게 될 줄 몰랐습니다. 이 글에서는 그 사이에 있었던 몇 가지 일들을 적어봅니다. 특별할 것 없지만, 저한테는 하나하나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다리가 갑자기 멈췄던 날
수술 직후엔 걷는 것 자체가 겁났고, 걷는 것도 잘 안 되던 때에는 걷기라도 잘할 수 있으려나 싶었습니다. 담당 교수님은 걷기를 제일 추천한다고 하시면서, 처음부터 무리하지 말고 조금씩 늘려가라고 하셨습니다. 빨리 걷는 것도, 뛰는 것도 안 된다고 하셨고, 시간이 한참 지난 뒤에도 뛰는 것만큼은 권하지 않는다고 하셨습니다. 계단도 조심하라는 말씀을 덧붙이셨습니다.
한 번은 한강에서 30분쯤 걷고 있었는데, 날씨가 좋아서 평소보다 조금 더 걸을 생각이었습니다. 강바람도 선선하고 걷기 딱 좋은 날이라고 생각하던 참에, 갑자기 다리가 시큰거리더니 곧이어 쥐가 났습니다. 한 발짝도 뗄 수가 없어서, 다행히 근처에 있던 의자에 앉았습니다. 누굴 불러야 하나 잠깐 생각하며 한참을 앉아 있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 사이에서 벤치에 혼자 앉아 다리를 주무르던 순간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시간이 지나니까 조금씩 좋아지는 게 느껴졌고, 그날은 정말 시간이 약이었습니다. 다시 걸어서 집에 돌아왔습니다.
다시 뛰어보려다 겁이 났던 순간
그렇게 몇 달이 지나고 좀 잘 걷는다 싶었을 때, 한강 산책로 한쪽이 비어있길래 몇 걸음만 시험 삼아 뛰어볼 생각으로 조금 빨리 걷거나 살짝 뛰어보려고 했습니다. 근데 마음과 다르게 몸이 안 움직였고, 다리가 마음처럼 나가지 않았습니다. 발을 떼려고 하는데 다리 쪽이 굳은 것처럼 말을 안 들어서, 그때 더 겁이 났습니다. 이제 못 뛰나 보다 싶었는데, 수술 전엔 당연하게 하던 동작이었던 만큼 그게 안 되니까 생각보다 크게 다가왔습니다.
그 후로는 뛰는 시도를 한동안 안 했고, 무리해서 다시 시도해 볼 엄두도 안 났습니다. 걷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건가 싶은 날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최근에 급하게 움직여야 할 일이 있었는데, 예전과 달리 몇 걸음 정도는 살짝 뛰어지는 걸 느꼈습니다. 정말 몇 걸음뿐이었지만 그 몇 걸음이 꽤 반가웠고, 걷기만으로도 벅찼던 시기를 지나온 걸 그 순간 느꼈습니다. 여전히 예전처럼 자유롭게 뛰지는 못하지만, 아예 안 되던 것에서 조금은 달라졌습니다.
춘천 등선폭포에서 만난 계단
수술 후 1년쯤 지나니까 다리가 잘 움직여지고 걷는 데 무리가 없어졌습니다. 운동 횟수도 늘고,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걷기 운동을 하게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보고 싶은 곳들이 생겼는데, 집 근처만 걷다가 다른 풍경이 보고 싶어진 것 같았습니다. 매일 보던 한강 대신 다른 곳을 걸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먼 곳이나 무리한 일정은 아직 힘들 것 같아서,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쉬운 트레킹 코스를 찾아봤습니다. 시간도 한 시간 정도라고 하고 걷기 좋다고 해서 춘천 등선폭포를 갔습니다.
오랜만에 자연 속에 있으니 컨디션이 좋아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초록빛 나무들 사이로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달라졌습니다. 걷는 것도 무리 없이 잘 걸었는데, 예상보다 계단이 많았습니다. 계단이 있다는 건 알고 갔는데, 폭이 좁고 미끄러운 데다 경사가 심해서 다리에 긴장이 많이 됐습니다. 한 칸씩 내려갈 때마다 무릎에 신경이 쓰였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리도 조금씩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폭포까지는 다녀왔지만, 더 가는 건 무리일 것 같아서 그쯤에서 되돌아왔습니다. 교수님이 계단을 조심하라고 하셨던 이유를 그날 온몸으로 실감했습니다.
계단과 뛰는 것, 완전히 피할 수는 없어서
생활하면서 계단을 아예 안 오르내릴 수는 없습니다. 뛰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길 가다가 어쩔 수 없이 계단을 마주치고, 급한 상황이 오면 뛰어야 할 때도 생깁니다. 사실 저희 집 자체가 계단을 매일 써야 하는 구조라, 저한테 계단은 선택이 아니라 그냥 생활의 일부입니다. 수술 직후엔 오르내릴 때마다 난간을 꼭 잡고 다녔습니다. 지금은 올라갈 때는 특별히 아프지 않으면 그냥 오르고, 내려올 때는 지금도 대부분 난간에 손을 걸치고 내려옵니다. 그런 순간마다 조금은 긴장하게 됩니다. 교수님 말씀으로는, 인공관절이 아무리 좋은 소재와 기술로 만들어졌다 해도 오래 쓰고 많이 쓰다 보면 다시 손봐야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사고나 염증으로 재수술로 이어질 수 있어서 조심하라고 하신 것 같습니다. 처음 그 말씀을 들었을 땐 막연하게만 느껴졌는데, 지금은 조금씩 실감하고 있습니다. 나중에 서울아산병원 질환백과에서 찾아보니, 통증이 조절되고 골두 함몰 진행이 멈춘 뒤에는 적절한 운동이 근력 유지에 필수적이라고 나와 있었습니다. 저도 지금은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걷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다만 이건 제 담당 교수님이 제 상태를 보고 하신 말씀이라, 다른 분들 상황과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저도 정확한 이유까지 자세히 여쭤본 건 아니라서, 제가 이해한 만큼만 옮겨봅니다.
한강에서 다리에 쥐가 났던 그날도, 등선폭포에서 계단 때문에 되돌아왔던 그날도, 각자 다른 상황이었지만 둘 다 조심스럽게 다뤄야 하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지금은 한강을 걸을 때도 예전보다 다리 상태를 더 자주 확인합니다. 시큰거리는 느낌이 조금이라도 오면 속도를 늦추거나 잠깐 멈춥니다. 많이 걸은 다음 날 유독 힘들면, 무리해서 또 나가는 대신 집에서 홈트로 대체합니다. 스트레칭도 예전보다 꼼꼼히 하게 됐고, 시간도 예전보다 조금 더 늘었습니다. 오늘도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컨디션을 봐가며 걷기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 이 글은 루푸스를 진단받은 환자의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의학적 조언이나 진단을 대체하지 않으며, 운동을 포함한 건강 관련 결정은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일상관리와 지금의 나' 카테고리의 다른 글
| 루푸스 이후 내려놓은 음식들과 지금의 식단 기준 (0) | 2026.08.24 |
|---|---|
| 루푸스 환자의 여름철 광과민성, 두 번의 경험으로 배운 실제 대처법 (0) | 2026.08.11 |
| 외출하기 전 10분이 가장 중요해진 이유 (0) | 2026.07.13 |
| 루푸스 이후 가족을 챙기기 전에 내 몸부터 살피게 된 이유 (0) | 2026.07.09 |
| 친구들과의 약속 잡는 방식이 루푸스 이후 달라진 이유 (0) | 2026.07.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