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5 루푸스 관해기일 때 오히려 조심하는 행동 7가지 예전에는 관해기가 오면 다시 예전처럼 지내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루푸스를 오래 앓다 보면 아플 때보다 괜찮을 때 더 무리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아플 때는 자연스럽게 조심합니다. 밖에 잘 안 나가고, 일정을 줄이고, 몸 상태를 자주 봅니다. 근데 괜찮아지면 그 기준이 흐려집니다. 아프지 않으니까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느껴집니다.문제는 괜찮은 날이 계속되면 조심하던 것들을 하나씩 다시 하게 됩니다. 명절에 바닥에 앉고, 하루에 약속을 두 개 잡고, 봄날 한강에서 두 시간 넘게 걷고. 당일은 버텨졌습니다. 문제는 다음 날이었습니다.이번 글은 그 시기에 제가 실제로 줄인 행동들입니다.누구에게나 맞는 방법은 아닐 수 있지만, 저한테는 관해기를 조금 오래 유지하게 도와준 기준들이었습니다. 관해기일수록 기준이 흐려졌.. 2026. 6. 18. 루푸스 경험 기록 #24: 괜찮다고 착각했던 날은 언제였을까 관해기가 길어지면 이상한 일이 생깁니다.루푸스가 있다는 걸 잊기 시작합니다.약은 먹습니다. 병원도 다닙니다. 근데 아프지 않으니까 실감이 없어집니다. 아침이 가볍고, 관절도 별로 안 뻣뻣하고, 외출해도 크게 방전되지 않는 날들이 이어집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생각합니다. 이제 좀 괜찮아진 건가. 이 정도면 남들이랑 비슷하게 살 수 있는 건가.그 생각이 드는 순간이 사실 제일 위험한 순간이었습니다.명절에 바닥에 앉았습니다대퇴골 무혈성 괴사 진단을 받기 전, 루푸스가 꽤 오래 조용했던 시기가 있었습니다.명절에 온 가족이 바닥에 둘러앉아 있었습니다. 저도 그냥 앉았습니다. 별생각 없이. 예전 같으면 의자를 가져왔을 텐데, 그날은 괜찮을 것 같았습니다. 오래 앉아 있었습니다.저녁부터 사타구니 쪽이 묵직했습니다... 2026. 6. 15. 루푸스 경험 기록 #23: 왜 아침마다 약보다 먼저 확인하게 됐을까 약을 잘 먹으면 다 되는 줄 알았습니다.루푸스를 처음 진단받았을 때는 그랬습니다. 약만 빠뜨리지 않으면 관리가 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약이 전부였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약 먹는 것 외에 따로 확인하는 게 없었습니다. 그냥 습관처럼 먹고 나가면 됐습니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약보다 먼저 보게 되는 것들이 생겼습니다.약을 먹기 전에, 병원에 가기 전에, 수치를 확인하기 전에. 아침부터 평소랑 다르다고 느끼는 날들이 있었습니다. 그걸 알아채기 시작한 게 언제부터였는지 정확히 모릅니다. 버티다가 쓰러지고, 늦게 병원 가서 후회하고. 두 번째 대상포진 때 3주를 버텼던 것, 신염 때 동네 병원만 갔다가 새벽에 응급실을 갔던 것. 그 경험들이 쌓이면서 자연스럽게 생긴 것 같습니다. 누가 알려준 건 아니었지만.. 2026. 6. 12. 루푸스 경험 기록 #22: 루푸스가 있어도 평범한 하루가 가능한가 루푸스가 있어도 평범한 하루가 가능한가가능합니다. 근데 평범의 기준이 달라졌습니다.루푸스를 진단받고 나서 한동안 평범한 하루가 뭔지 몰랐습니다. 아프지 않은 날이 평범한 건지, 약을 먹고 버티는 날이 평범한 건지. 기준 자체가 없었습니다.지금은 압니다. 루푸스가 있는 사람의 평범한 하루는 루푸스가 없는 사람의 평범한 하루랑 다릅니다. 같은 기준으로 비교하면 늘 모자랍니다. 그 비교를 그만두는 데 꽤 오래 걸렸습니다. 지금 제 하루는 아침 약부터 저녁 준비까지 예전과 많이 달라졌습니다.지금 제 하루를 있는 그대로 씁니다. 아침은 느리게 시작합니다눈을 뜨면 바로 일어나지 않습니다.손가락을 천천히 구부려봅니다. 손목을 돌려봅니다. 오늘 관절 상태가 어떤지 느껴봅니다. 괜찮은 날은 10분 안에 일어납니다. 좀 .. 2026. 6. 8. 루푸스 경험 기록 #21: 내가 병원에 가야겠다고 판단하는 순간들 루푸스를 진단받고 나서 한동안 헷갈리는 게 있었습니다.이게 그냥 오늘 컨디션이 안 좋은 건지, 아니면 병원에 가야 하는 건지. 루푸스가 있으면 매일 조금씩 불편한 게 기본값입니다. 아침이 무겁고, 피로가 쌓이고, 관절이 뻐근한 게 일상이니까요. 그러다 보니 어디서부터 그냥 넘기고, 어디서부터 움직여야 하는지 기준이 없었습니다.처음엔 조금만 이상해도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러다 별거 아니라는 말을 몇 번 듣고 나서는 반대로 버티기 시작했습니다. 버티다가 크게 된 경험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두 번째 대상포진 때, 신염 때, 대퇴골 무혈성 괴사 때. 다 버티다가 더 힘들게 치료받은 경우들이었습니다.그 경험들이 쌓이면서 조금씩 기준이 생겼습니다.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지금도 가끔 판단이 흐릴 때가 .. 2026. 6. 3. 루푸스 경험 기록 #20: 재발과 합병증을 겪고 나서 바뀐 생각들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어떤 날은 그런 생각이 듭니다.내 몸 안에 시한폭탄이 있는 것 같다고. 언제 터질지 모르는 채로 살아가는 느낌. 루푸스가 활성화될 때마다 그 생각이 떠오릅니다. 괜찮다 싶으면 또 무너지고, 무너지면 또 일어나고. 그 반복 생활이 28년이었습니다.스무 살에 진단받았을 때는 앞이 안 보였습니다. 루푸스가 뭔지도 몰랐고, 완치가 없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습니다. 그냥 무서웠습니다. 이십 대를 아프고 상처받고 그렇게 보냈습니다. 대상포진이 왔고, 갑상선암 진단을 받았던 경험이 있었고, 신염이 왔고, 대퇴골 무혈성 괴사로 수술을 두 번 했습니다. 몇 년에 한 번씩 활성화되고, 입원하고, 회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걸 반복했습니다.지금 나이 마흔여덟입니다.그 시.. 2026. 6. 1. 이전 1 2 3 4 5 다음